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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하루│

오르비 재수후기 레전드랍니다!

by saidacola 202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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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8수능 당시 국어1 수학1 영어2 까지는 기분 좋았으나 과탐 더블 4로 조진 후 재수를 마음먹었다.


친구들 다 신입생 오티 얘기하고 있을때 나는 폰을 거실에 던져둔 뒤 인강 패스부터 샀다.

아파트 단지내 독서실을 6월 중순까지 다니며 느낀 것은


아.. 이러다 정신병걸려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숙학원에 들어가 남은 5개월을 미친듯이 보낸 후 마침내 수능이 다가왔다.


사실 나는 수능 일주일 전부터 이번 수능 개찢고 올것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물론 근거가 없었기에 친구들은 그..그래 하며 응원해주었지만 나는 잠자리에 누울때마다 대학 합격 후 캠퍼스를 거니는 상상에 잠못이루곤 했다.


이런 상상들은 긴장감 하나 없던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이내 긴장까지 더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작년 수능 당시 과탐을 조졌던 이유 중 하나는 긴장이었다.

약간의 긴장은 도움이 된다고들 하나 나에겐 긴장만큼 큰 '적'이 없었고 실제로 안정된 상태가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기에 더 좋다는 것을 월례 모의고사를 통해 친구들과 확인한 바 있었다.


따라서 나는 수능 전날 친구 한명과 같이 아무말 안하기에 돌입했다. 주변에서 어떤 농담을 던져도 큰 리액션을 자제하고 나의 감정이 들뜨는 것을 막는 일이었는데 꽤나 힘들었다.

내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기에 친구들도 낯설어하고, 그 가운데 나를 지키며 입을 굳게 다물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고역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내 수능 점수에 한건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마인드컨트롤은 수능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고사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 다른 친구들, 형들은 앞으로 있을 시험에 대한 약간의 흥분상태를 주체하지 못했으나 나는 조용히 그동안 짜왔던 수능 당일 계획을 되뇌였다.

수능 당일의 계획을 짜는 것은 많은 선생님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작년에는 나의 실력만을 믿겠다는 가오로 아침밥도 많이먹고 계획? 개나 줘버렷 답도 맞춰볼거야 하며 별짓을 다했지만 올해는 재수가 아닌가. 나에게 다음은 없기에 할수 있는 모든 시도를 했다.


나는 계획대로 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영단어공부를 한 후 국어시험을 위해 문법 공부를 하고 글이 눈에 잘 들어오도록 독서지문 하나를 간단히 풀어보았다. 다행히 다 맞았고 무언가 시작이 좋은 느낌이었다. 시험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지문을 더 풀어보았으나 혹시나 틀렸을까,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채점을 걸렀다. 그러길 잘한것 같다. 집와서 보니 한문제 틀렸더라.


이제 국어시험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국어를(만) 잘하는 편이다. 어렸을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글을 읽는 속도도 빨랐고 이해 역시 잘 되었다. 그래서 첫 교시인 국어는 정치인의 출신 지역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올해 수능 국어는 나를 버린 것인가. 파본 확인을 하며 지문을 살짝 봤는데 문학에서 내가 제대로 아는 지문은 한개도 없었고 독서 역시 우주론 지문이 너무 길었다. 경제지문이 없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시작종이 친다.

화작문은 다행히도 무난하게 22분에 끝냈다. 소거법을 통해 답의 근거는 못찾았어도 다른 보기가 틀린 이유는 알았으므로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 방법은 잔상이 남거나 실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위험한 방법이지만 무슨 깡이었는지 나는 그냥 넘어갔다.

첫번째 독서지문. 채권 채무에 대한 지문은 여러번 읽어보았기때문에 소재파악의 어려움은 없었고 문제도 무난하게 풀었다. 그다음은 천변풍경이 나왔는데 기존에 알던 부분과 전혀 다른 부분이 나와 같은 소설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오발탄도 민호 영호 철호 호트리오 구분도 안되고 이때 마음속에서 욕이 처음으로 뱉어졌다. 26번 문제는 시험 종료 후 체감상 31번보다 어렵게 느껴졌고 한번에 풀지 못하고 넘어갔다.


우주론 지문을 읽는데, 내가 지구과학을 배워봤고 물리 역시 선택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잘 읽히지 않았다. 문장구조가 영어를 읽듯이 꼬여서 다가와 읽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다른 문제들은 잘 풀었는데 31번을 보고 솔직히 처음에는 멘붕이 왔다. 그러나 나는 못풀문제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문을 찬찬히 훑은 후 기존 갖고있던 지식을 활용하여 결국 풀어냈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평소 모의고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이었다.

나는 작년수능도 10분이 남았는데 올해 수능은 다 못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급해졌다. 두번째 문학작품은 어떻게풀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빠르게 풀어넘겼고 임장군전은 읽어본적이 있으므로 쉽게 넘어갔다.


마지막 독서지문을 맞닥뜨렸는데 이때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던대로 순서대로 풀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독서지문을 남길 것인가. 나는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논리 지문이었다. 너무 조급해져서 내용일치 문제마저 추론문제로 보였고 42번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어째서 조급할수록 소심해지는가. 화작문에서 대담했던 소거법을 과감히 사용할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마지막 문학작품을 풀어내니 마킹시간을 제하면 몇분이 채 남지 않았다. 겨우 문학 26번을 풀어내고 우주론 문제들을 검토한 후 종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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