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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요│

현역 19년 수능 후기랍니다!

by saidacola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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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교시 점심 시간

수능 전날, 같은 학교로 배정된 아이들과 내일 밥 먹을 때 수능 얘기하지 말자고 서로 약속했는데 정작 수능날이 되니 친한 친구들과는 조까라하고 서로 답도 맞춰보고 하게 되더라.

거의 재수 확정 마인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능 표본의 무시무시함을 절대 간과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국어 1컷을 93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어와 수학 모두 80점대가 나오는 건데 이러면 탐구를 다 맞아도 한양대 겨우 가겠다 싶었다. 내 친구도 재수를 거의 확정지었더라. 밥이 잘 안 넘어가서 초콜릿이라도 먹으려는데 초콜릿이 없었다. 누가 훔쳐간 줄 알고 어이가 없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교실에 두고 온 것이었다. 병신ㅎ

교실에 와서 가져온 수완 영어나 풀까 하다가 어차피 재수할 거 애들이랑 수다나 떨었다.

 

3교시 영어 영역

그냥저냥 풀었다. 연계 교재를 거의 안 풀어서 연계 체감은 딱 한 문제 느꼈는데 그게 하필이면 어법이어서 도움이 안 됐다. 어법은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진짜 쥐약이다.

원래는 어법, 빈칸, 삽입 정도 틀려서 91~92점 맞는 게 마지노선이었고, 목표는 97점이었다. 절대평가니까 100점을 위한 공부는 안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삽입 3점짜리 버린다는 마인드로 97점을 위한 공부를 했다. 본인은 빈칸보다 삽입이 더 어렵다.


그냥저냥 다 풀고 시간을 보니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듣기 중간에 허겁지겁 푼 문제들을 다시 풀어보는데 21번 신유형 문제의 답이 이상했다. 조금 고민한 후 답을 고쳤다.

마킹과 가채점표 작성까지 마치니 2~3분 정도 남아서 그냥 가만히 있다가 시험이 끝났다.


채점해보니 15번 듣기를 틀려서 당황했다. 나는 7, 9, 10월 학모평, 그리고 수능까지 4연속으로 듣기를 틀린 머저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3점짜리였다.

그리고 역시 아니나 다를까 어법 문제를 틀렸다. 어법 문제도 3점짜리였다. 30번대 들어가기도 전에 94점이 되어 있었다. ‘와 진짜 2등급각이다 망했다’ 싶었는데 나머지 다 맞아서 다행히 1등급에 정착했다.

나한테는 수능 영어 체감 난도가 9월보다는 훨씬 쉬웠는데(9월 93점) 1등급 비율은 6% 정도로 예상된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10월까지 영어를 거의 놓다시피 하다가 10월 학평 때 고3 되어서 처음으로 영어 2등급을 받았는데, 그 때부터 쫄려서 영어 공부 스퍼트를 올린 게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10월에 영어 2 맞은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에 한 회분 남겨두었던 올해 마지막 물리 실모를 꺼내들어 4페이지만 풀었다.

유체 문제가 잘 안 풀리는데 시간이 다 되어서 재빨리 해설만 정독하고 교실 밖에 내놨다.

참고로 푼 실모는 카카오 모의평가 6회이다. 카카오 퀄 괜찮다.

 

4교시 한국사, 과학탐구 영역

5분컷 50점. 작년 수능 때 어려워서 올해는 좀 쉽게 냈구나 생각했다.

자려고 했는데 자다가 깨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겉표지에 아까 못 푼 수학 30번을 끄적대며 시간을 죽였다.


물리I을 풀기 전 시험지 위에 겉표지를 덮으라 해서 당황했다. 분명히 겉표지를 안 덮어서 눈풀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차저차 겉표지 덮는 시늉을 하면서 2문제를 눈풀했다.

시험이 시작되었고, 문제는 정말 우스울 정도로 쉬웠다. 양성자 중성자 uud udd 문제를 보고 ‘대체 출제진은 뭔 생각으로 문제를 낸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킬러 문제의 퀄리티도 작년 수능에 한참 못 미쳤다. 진짜 풀면서 실망했다. 허탈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내가 겨우 이거 풀려고 물리 실모 100회분을 풀었나, 정말 지금까지의 공부를 허무하게 만드는 시험이었다. 18분컷. 이딴 식으로 문제 내지 마세요.


지구 과학II는 4페이지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작년 수능을 잇는 또 다른 역사를 쓰는 것인가, 솔직히 ‘기대’까지도 했다. 수많은 실모로 훈련하여 문제가 어떻게 개좆같이 나오든 풀어 낼 자신이 있던 나에게는 문제를 평가할 만용마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1번 문제를 풀고 궁금증을 못 이겨 4페이지를 먼저 펼쳐 보았는데... 진짜 개실망했다. 어떻게 이런 문제로 서울대 표본을 변별하겠다는 거지? 지질도 문제도 없고, 웬 이상한 에크만 수송 문제가 20번을 차지하고 있고..

유일하게 18번 문제 ㄷ 선지가 조금 애매했는데 케플러 3법칙도 끄적여보고 하다가 1이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을 반쯤 확신하고 3번을 골라냈다.

19번 문제는 전날 푼 OZ 모의고사 시즌2 4회에 거의 똑같은 문제가 실려 있어서 다시금 오지훈 쌤을 찬양하며 풀었다.

채점해보니 예상한 대로 50 50 50이었다. 탐구 1컷 거의 50 50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리I 예상 1컷은 대강 48점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확정 컷은 50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남아있다. 지2는 생각보다 낚시 선지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 예상 1컷이 46~47이더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영역

포기 각서 쓰고 나왔다. 내가 배정된 학교가 이과 제2외국어 선택자들이 모인 학교라 그런지 극소수를 제외하곤 전교생이 다 포기하는 것 같다.


수능 전날부터 수능이 끝날 때까지 전혀 떨지 않은 내가 신기했다. 오히려 수능 2주 전 스타크래프트1 리그 결승전 볼 때 더 떨었던 것 같다. 10월 학평 수학 풀 때는 15분 남았을 때 진짜 온 몸이 덜덜 떨렸는데 정작 수능 때 떨지 않은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교실 학생 수 7명이라 조용하게 시험 본 것도 그렇고 올해 대학 가서 입시판 빨리 손절하라고 하늘이 도운 것만 같다.


친구 1명과 같이 채점해보는데 6평 국어 100점을 맞은 친구가 86점이 나왔다... 나는 91점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페이지 답을 실수로 짝수형으로 채점한 것이어서 다시 보니 93점이었다.

수학 92점, 영어 94점 등.. 모든 과목 채점을 끝내고 피시방에 가서 여러 입시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등급컷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간도 죽일 겸 게임이나 하는데 온 곳에서 연락이 와서 집중이 되질 않았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등급컷을 찾아보니 국어 예상 1컷이 86점이었다. 수학 예상 1컷은 92점이었다.

그때 딱 '아, 올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불안하다. 과연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갈 수 있을까? 설령 적정이라고 해도, 서울대 낮은 과가 아닌, 어쩌면 폭발할 지도 모르는 컴공과를 지를 패기가 나에게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알고 보니 기억을 더듬어 채점한 게 잘못된 것이어서, 실제 성적이 가채점보다 낮게 나오면 어떡하지? 마킹실수라도 했으면? 수학 1컷이 96점이면? 물리I 만점자가 한 6% 정도 되어서 백분위를 한참 손해보면 어떡하면 좋지?

그래서 나는 그저, 어떠한 확신이나 입놀림도 불허한 채, 하염없이 12월 5일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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