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학년도 홍익대학교, 국민대학교 미대 수시에 합격한 현역이입니다. 저보다 백만배는 공부를 잘 하는 의대, sky생들이 넘치는 오르비에서 제가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으나, 나름 미대 쪽에선 괜찮은 대학이고 저 같은 사람의 후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글을 써 봅니다. 생각보다 미대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기도 했구요.
. 어떤 글을 먼저 써야 할지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저와 같이 미대를 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예비 미대생분에게 조언부터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미대 준비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기 대학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인문/자연계에 진학하려 하시는 분들은 어떤 대학, 어떤 과에 진학할지 성적을 보고 정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그래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미대는 다릅니다. '전략' 이 굉장히 중요하고 전략을 잘못 세우면 수능 올1을 맞고도 지거국을 고민해야 하는 개 젖같은 상황이 생깁니다.
실기로 갈 건지/비실기로 갈 건지
디자인/만화/애니/회화 등 어떤 과를 갈 건지(어떤 방식의 실기를 할 건지)
어느 대학을 목표로 할 건지
등에 대한 생각을 기본적으로 해 놓으셔야 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만화과로 진학하고 싶었고, 실제로 입시도 그 쪽으로 준비했는데 고 2때 만화과 대학이 거의 없어서 이대로면 지거국도 못 가겠다는 생각에 디자인으로 바꿨습니다. 3년 실기를 버린 셈이죠. 저같은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으시려면 미리 어떤 대학에 어떤 방식으로 갈지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 공부는 지방 살아서 그냥 인강 열심히 들었습니다. 제가 수학은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과목은 지방이면 학원 가기보다 인강 듣는 게 훨씬 낫습니다. 지방 학원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라...
그리고 저는 내버려두면 공부를 안 하는 타입이라 그냥 야자 신청하고 8시부터 10시까지 학교에서 있었습니다. 독서실보다 좀 덜 숨막히기도 하고 친구들도 있고 무엇보다 강제성이 있어서... 저처럼 누가 시켜야 하는 타입은 그냥 학교에서 하는 게 나은 거 같아요.
. 실기의 경우 보통 디자인 실기는 기초디자인과 서울대+@실기로 나뉩니다. 보통 서울대 최저인 3개 3, 국민대 성적 안정권인 수학 제외 백분위 90 근처(비실기로 들어가서 잘 모름)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초디자인 1년 좀 안되게 하다가 서울대 실기 겨울방학때 서울가서 바짝+그 이후 지방 내려와서는 일주일에 1,2번씩 하다 너무 그지같아서 때려쳤습니다. 성적 되시는 분은 그냥 비실기 하시길 권합니다. 비실기만 하다 떨어지면 어쩌지 걱정되시면 차라리 미대 아닌 대학도 넣어볼 수 있게 수학을 하세요.
성적이 안 되시거나 불안해서 실기 하실 분들은 학원을 잘 고르셔야 합니다. 디자인 입시가 명시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무어라 단정짓기 어려운 '그림 실력'을 기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림은 잘 그리시는 분들도 가르치는 건 잘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사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언어로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실기는 도중에 포기한 패배자라 뭐라 더 할 말은 없습니다.
. 비실기 전형의 경우 생기부 내신 관리 열심히 하시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자기가 어느 전형으로 어느 학과를 쓸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실기 자체가 경희대, 국민대(제가 붙은 전형), 홍익대, 이대(잘 모름) 정도고, 뽑은 인원수도 홍대를 제외하곤 굉장히 적기 때문에(제가 쓴 국민프런티어 전형의 경우 6명) 신중하게 선택하셔야 합니다.
생기부 관리의 경우 비단 미술뿐 아니라, 관심있는 다양한 학문의 내용을 넣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철학 등 인문학 활동이 많았는데, 국민대나 홍대 면접에서도 존재자나 칸트주의, 양화사 등등 관련 용어를 언급했고 면접관님들도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단순히 미술에만 관심있는 학생보다 여러 학문에 관심있는 학생이 조금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제 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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